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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트레이' - 기획의 글(백희경) 덧글 0 | 조회 779 | 2017-06-22 11:23:42
관리자  

 

기획의 글- 배희경(작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이 멋지고 우아한 종교적 위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적 공방에 차용되어 뉴스의 일부가 된다. 보아야 할 달은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어떤 손가락에 집착하여 여전히 이 곳 저 곳을 헤매고 있는가? 좋은 작품과 진지한 영역은 주변의 여러 사회적 정황과 제도에 따라 엉뚱한 손가락들에 그 시선과 해석을 내 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E STRAY 이 스트레이는 일련의 부정적 사회 메시지로 가득 찬 제도적 담론을 뒤로하고, 길을 잃은 시각, 한편으로 그것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의외적인 것에 대한 기대로 출발하였다. 영어로는 길을 잃은 개라는 소박한 의미이다. 누구의, 혹은 무언 가의, 어떠한 지침을 따라가든 작가는 작품을 하고 전시를 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는다. 그게 무모한 모험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또 길을 잃고 다시 찾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는 특정 의미체계로 무장된 전시제목, 그 단어 하나하나에 작가 개별의 작품 컨셉을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 , 자유롭고 멋지고 또한 대담하게 길을 잃을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것은 또한 젊은 예술가로서 한동안 지적, 사회적 욕망의 대변자(spokesman)로 작품을 전락시키지 않았나 하는 자의적 의구심과, 그로 인해 형성된 익숙한 나의 유전자, 근육, 그리고 생산재로서의 손을 다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가 기획의 형태로 내재한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남의 것을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생물학적 용어인 유전자(Gene)의 발음'(gene)'에 빗대 만든 (meme)’ , "비유전적 방법, 특히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를 언급한다. ‘(meme)’은 스스로 복제하고 널리 전파하면서 생물의 유전자처럼 진화하는데, 예술가들의 예술 행위, 시각적 전달체계, 그리고 진화방식 등이 어쩌면 이 과학자의 무모한 주장과 문맥이 닿아 있을 수도 있겠다.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에 우선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우리 예술가들은 언제부턴가 모방에 의한 유전자들을 서로가 널리 전파하면서 생존해 온 전형적 전달 기계(conveying machine)’로 전락한 적은 없었는가?

 

참여하는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시각언어들을 탐색하였으며, 평면과 설치 등의 전형적 미술 언어를 고집하면서도 특정 지역의 유행적 미술 언어에 휩쓸리지 않고 조화롭게 현대미술로 접근하고자 하는 진지함을 추구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 에너지, 물질을 대하는 주관적 시선, 이들이 다루어 지는 각자의 방식을 몸과 두뇌의 써 보지 않았던 근육들로 조정하기로 의논하였고, 미술비평의 글을 맡아주신 이관훈 선생님은 전시개념에 대한 고민으로서의 기획 세계를 완전히 떠나 오로지 작가 개별의 작품세계만을 들여다보는 매우 다른 형식의 글을 써 주시는데 흔쾌히 동의하셨다. 길을 잃은 듯한고민의 결과가 잘 드러나는 좋은 전시의 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